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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없는 사랑] 중 자연과의 교감 사례
    나의 서재 2022. 6. 5. 09:32

     

     특히나 나는 할 수만 있으면 언제나 자연과 자연에서 나타나는 생명력 교환들에 주목하곤 했다. 언젠가는 그냥 즐기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공원 벤치에 하루종일 앉아 있었던 적이 있다.

     아름드리 호두나무 그늘 아래의 벤치에 앉아 있던 내 몸은 숨죽인 찬탄 속에서 금강입자들의 자유로운 흐름으로 흠뻑 젖어들었다.얼마 되지 않아 나는 모든 벽이 사라지고 주변 풍경과 완전히 하나가 되는 자신을 느꼈다. 그러자 갑자기 한 떼의 까마귀들이 내 앞의 잔디밭에 내려앉는 것과 동시에 한 무리의 다람쥐들이 숲에서 몰려나왔다. 까마귀와 다람쥐들은 풀을 쪼거나 열매를 찾아다녔다. 잠시 후에는 앵무새 몇 마리와 자그마한 노란 콩새 두세 마리도 여기에 가담했다. 마치 내 비밀의 정원이 되살아나기라도 한 것 같았다. 까마귀와 다람쥐들은 생전에 한번도 사람을 보지 않아 사람이 무섭다는 걸 모르는 동물들처럼 아무 거리낌 없이 차례로 내게 다가왔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평온함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그건 마치 '자연을 들이마시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어났다. 까마귀 한 마리가 녹색 정원뱀을 잡아서는 날더러 보란 듯이 가랑스럽게 치벼들었던 것이다. 나는 "오, 그건 징그럽구나"라고 대꾸했다. 왜 새가 내 말을 알아들으리라고 생각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그냥 그럴 거라고 느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새는 내 쪽으로 걸어오더니 1.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자기가 얼마나 능란하게 먹이를 먹어치우는지를 내게 보여주었다. 그는 정말 쇼맨이었다!

     

     잠시 후에 호두 열매들을 모아서 땅에 묻고 있던 작은 다람쥐 한 마리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 햇호두의 껍질에는 아직도 녹색이 남아있었기에 나는 다람쥐가 그렇게 하는 것에 호기심이 바짝 당겼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 귀여운 다람쥐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하기에는 좀 설익지 않았니?" 다람쥐는 자신이 내 말을 새겨듣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짙은 갈색껍질의 호두열매 하나를 찾아낸 그 다람쥐가 열매를 물고 내 쪽으로 와서 마치 "이거면 됐어요?"라고 묻기라도 하듯 그것을 치켜들어 보여주었다. 내가 그의 영리함을 하누마디 말로 확인해주자 그는 그것을 물고 가 땅에 묻었다. 그렇게 호두를 땅에 묻고 난 다람쥐는 다시 호두열매 하나를 주워들고 확신에 차서 내게로 걸어왔다. 다람쥐는 그 자리에서 호두열매 껍질을 벗기고 나더니 그것을 내 발 밑에 떨어뜨렸다. 내가 다람쥐에게 먹이를 줘본 적은 있지만, 다람쥐가 내게 먹이를 주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렇게 자연의 무구함을 통해서 나는 사랑이 어떤 식으로 금강입자들의 교환을 불러오는지 그 완벽한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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