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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을 생각하기 전
    나의 서재 2021. 3. 21. 22:01

     

    이승만의 독립정신(비봉출판사) 中

     

    내가 나의 부모의 나라에서 태어나서 나의 체질에 맞는 풍토와 기후에다 눈에 익은 강산과 누대 그리고 같은 인종과 같은 방언으로 천연한 지위를 보전하는 것이 평생의 극락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마땅히 천신만고를 무픕쓰고 나의 직책을 다하여 어두운 동포가 밝은 데로 항하며, 악한 풍속이 아름답게 변하고, 약한 자가 힘이 나며, 게으른 자가 부지런해지고, 정치와 교화의 근본을 바로잡아 복락을 다 같이 누릴 수 있는 무궁한 기초를 세우는 것이 사람의 지극한 소원이다. 이러한 소원을 가지고 평생을 일한다면 이루지 못할 리가 없을 것이니 한 번 성취하고 보면 나의 생전에 영광과 복락이 어떠하겠으며, 설령 내 눈으로 보지 못하고 죽는다 하더라도 나의 직책은 다하였으니 세상에 부끄러울 것이 없는 당당한 대장부인지라, 사후에 이름이라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생각지 못하고 괴로움을 피하여 타국의 땅으로 넘어가거나 외국에 입적하고 배를 타고 몇만 리나 바다를 건너가서 타국의 백성이 되어 편안한 세월이나 보내다가 죽으리라고 한다면 이 어찌 인간으로 태어난 본래 뜻이라 하겠으며, 남의 좋은 나라에 가서 잘 산다고 해도 그것이 참으로 편하고 즐거운 삶이 되겠는가. 언어와 문자, 풍속과 인정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거처와 하는 사럽은 어찌하든지 이 또한 거론하지 말고 그 외의 모든 문제를 다 넉넉히 해결하여 없는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제 나라를 제손으로 흥왕시키지 못하고 타국에 부쳐 사는 목숨을 그 누가 높이 대접해 주겠는가. 설령 타국 사람들이 불쌍히 여겨서 대접해 준다고 하더라도, 남들은 충심으로 자기 나라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어찌 부끄러운 마음이 없겠으며, 남들은 독립기념일이나 기타 경축일을 맞이하여 저렇듯 즐거워하고 경축하는 것을 보면서 어찌 부럽고, 분하고, 원통한 마음이 나지 않겠는가. 때때로 외롭고 그리운 마음을 어찌 억제할 것이며, 흘러가는 구름과 지는 꽃을 보면서 고국산천을 꿈속같이 생각하고 몰래 흘러내리는 비감한 눈물은 어찌 다 억제할 것이며, 부모의 산소는 그 누가 있어서 지킬 것이며, 이역에서의 한없는 풍상과 고생을 그 누가 알아서 위로해 주겠는가. 


    이러한 모든 문제를 저 무식한 부류들은 생각지 못하고 혹 국경을 넘어 얼마만 가면 편안한 땅이 있다고 하건, 재물만 있다면야 어디를 가든 살기 좋다고 하는데 이런 생각이 있거나 이런 말을 하는 자는 결단코 용납되지 못할 것이다. 혹 남에게 고용되어 생활하는 자 또한 제 나라의 국권이 훼손당하는 것을 보고도 보호할 생각이 없건, 혹은 도리어 자기 이익을 위하여 나라의 권리나 명예에 손해되는 일을 행하는 자는 국민들이 다 같이 용납해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는 사람마다 내 나라를 잘되게 하는 것이 첫째가는 의리인 줄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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